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바르자니 쿠르드 지방정부 총리(왼쪽)와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사진=뉴시스
[아시아투데이=신대원 기자]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 자원외교 성과로 홍보해왔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 원유개발사업 실패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상초유의 정전 사태와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퇴 등에 가려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쿠르드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직접 챙기고 관심을 보이며 추진한 사업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2008년 2월 비공식 방문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사업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달 뒤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때, “당선인 시절 이라크 쿠르드족에서 원유 가져오는 대신 20억달러에 해당하는 한국 건설 개발업자들이 들어가는 계약을 서명할 기회가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한국석유공사가 쿠르드 지방정부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석유공사는 당시 “기대매장량은 72억 배럴이고 탐사성공시 한국측은 19억배럴의 지분매장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면서 마치 원유확보가 기정사실인 마냥 홍보했다.
그러나 탐사시추 결과 사업성이 없거나 기대했던 원유 대신 물과 소량의 천연가스만 발견됐다.
이에 따라 계약체결과 동시에 쿠르드 자치정부에 지급했던 서명보너스 2억1140만달러와 지금까지 사용된 탐사비 1억8868만달러 등 약 4억달러(약 44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쿠드르 사업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부터 사업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국제 석유 메이저들도 경제성이 떨어져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지역이라는 것이었다.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 대통령이 바르자니 총리와 만나는 게 적정하느냐는 논란도 있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고 자치정부와 바로 계약하는 바람에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2009년 2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의 방한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쿠르드 사업 참여로 초래된 한국과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말했지만, 같은 해 4월 이라크 석유장관은 쿠르드 사업을 거론하며 석유공사와 한국 민간업체를 향후 정부 주관 국제입찰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최근 실시된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개발사업 입찰자격 사전심사 등록에서도 석유공사는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결과 향후 이라크 자원개발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하기 전까지 정부나 청와대 어디에서도 쿠르드 사업 실패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기대치에 대해서는 부풀리다시피 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다 정작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축소 내지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정전사태, 김 수석 사퇴, 그리고 이 대통령 사촌형의 사기혐의 피소 등 대형 악재가 잇따르면서 정신이 없던 탓도 있었겠지만, 이 의원이 관련 내용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전시행정의 폐해’, ‘글로벌 호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deux4ever’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트위터리안은 인기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에 빗대 “가카께서 이러실 리 절대 없는데, 꼼꼼하신 분인데”라는 글을 남겼다.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석종현 단국대 석좌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4억달러 날리고 끝난 쿠르드 유전개발사업, 누군가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550324_2033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