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고배당 한국경제 02-11 19:19
은행주들이 잇달아 깜짝 고배당을 결의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지난해 순이익의 64% 이상을 배당으로 주주들한테 돌려주기로 한 데 이어 국민은행도 작년 이익 의 절반을 주주 배당키로 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올해 배당총액은 무려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은행 역사상 최대 규모다. 아직 배당을 확정하지 않은 우리금융도 작년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배당을 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 은행들의 잇단 고배당 발표에 대한 증권시장의 시각은 두 가지로 상반된다. 한쪽에선 주주가치 증대 측면에 서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과도한 고배당은 회사 체질을 허약하게 하고 대주주인 외국인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외국인 매수에 힙입어 국민은행이 3.19% 오른 것을 비롯 외환은행(2.26%),전북은행(3.57%) 등이 동반 오 름세를 보였다. ◆국민은행 배당 7배 급증 국민은행의 올해 배당총액은 1조2277억원으로 작년 순이익(2조4721억원)의 절반에 해당된다. 주당 배당금은 3650원으로 작년(주당 550원)보다 7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주가 대비 시가배당수익률도 4.9%로 작년 0.72%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웃도는 것으로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 다.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은 외환은행도 올해 주당 1000원 배당에 따라 배당수익률이 7.23%에 달했다. 그러나 문제는 배당의 과실이 누구한테 돌아가느냐다. 국민은행의 경우 현재 전체 주식의 84%가량을 외국인 이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배당총액 1조2277억원 가운데 1조80억원이 외국인 몫으로 돌아간다. 외환은행도 78%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이 올해 배당총액 6449억원 가운데 5030억원을 가져가게 된다. 특히 외국계 대주 주인 론스타의 배당수입은 4167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배불리기 vs 주주 중시 반면 주주가치 증대와 자본효율화 측면에서는 은행들의 고배당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과도한 배 당의 경우 당장 주주들한테는 좋겠지만 자본의 적정성을 해쳐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이에 대해 "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고배당에도 불구하고 국제 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높게 유지돼 자본의 적정성에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오 히려 이익을 배당으로 돌려주지 않으면 자기자본이 과도하게 커져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배당이 적었던 데다 외환은행 인수계약 파기로 고배당을 통해 주 주들의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은행들의 막대한 수익이 수수료 인하,대출 금리 인하 등 고객 혜택으로 돌아 오기보다는 외국인 대주주들의 배불리기에 이용되고 있는 데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오는 10월 강정원 행장 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고배당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