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기다렸는데 1주일 못기다리시고…” 코스모스펀드 03-22 00:56
[경향신문 2007-03-21 19:14:28] “56년 만에 북녘의 자식들을 만나게 됐는데 돌아가시다니요.” 고 변경천 할아버지(88)의 유족들은 목이 멨다. 변할아버지가 오는 27~29일 개최되는 제5차 화상상봉을 불과 1주일 앞둔 지난 20일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는 1951년 1·4후퇴 때 고향인 함경남도 북천군에 두고 온 아들 명재(68)·홍재(58)씨, 딸 선옥씨(66) 등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 비록 손을 잡을 수도 없는 텔레비전을 통한 56년 만의 만남이지만 꿈에 그리던 자식들의 얼굴이었다. “평소 아버님이 건강하셔서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은 몰랐다”(아들 길재씨)는 유족들의 말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지난해 8·15를 계기로 예정됐던 특별 화상상봉이 북측의 미사일 발사로 무산되지만 않았어도 북측 가족들을 만났을 터이다. 이번 화상상봉에는 길재·국재·국일씨 등 아들 3형제와 변할아버지의 사촌동생 경일씨(74)가 나갈 계획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남측 화상상봉 후보자 300명 중 2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남북 각 60가족씩 참가하는 이번 화상상봉에서는 북측에서 자식이 남측 부모를 만나겠다고 신청한 가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측의 부모가 남측 자식을 찾은 경우는 두 가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북측 가족이 남측의 형제, 조카, 사촌 등과 상봉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되면서 부모와 자식간의 만남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홍욱기자 ahn@kyunghyang.com〉- 나그네/김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