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코스모스펀드 01-04 14:55
이름: 새신랑 2005/10/3(월) 결혼을 앞두고...   서른 중반을 넘겨 결혼을 합니다. 공부한다는 핑게로 귀국이 늦어졌고 사회생활한지도 3년 조금 안되네요. 벌어놓은 돈도 얼마 없지만, 청약저축도 부지런히 들었고 짧은 시간 돌아보면, 얼마 안되는 적금이지만 참 열심히 모았네요. 모네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2년정도 연애한 친구가 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프리랜서) 관계로, 시간이 많이 남는 불규칙한 직업때문에, 말이 2년 연애지 남들 5년 사귄 것 보다도 더 많이 연애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세자금도 그렇고 나이는 먹었는데 벌어 놓은 돈도 없고 해서 간소하게 식 올리자는 저의 제안에 우리 친구는 "남들 하는 것처럼" 식 올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이제 결혼식까지 한달 반 정도 남았습니다. 예물을 준비 하는데 둘다 "좋은시계"에 눈이 멀어 얘기가 오고 가던 중, 시계는 생략하자고 하더군요. 그러자고 했습니다. 눈치를 보니 혼수 해 올 자금이 많이 부족해 보이더군요. 친구 마음 상할까봐 은근슬쩍 한마디 던졌지요. 돈없으면 살림장만한 거 카드로 계산하고 나중에 같이 갚아 나가자꾸나, 라고. 어떤 얘기가 나올지 알았습니다. 자존심하나로 먹고 사는 친구지만, 그래도 뭔가 얘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더군요. 돈이 없으면 단돈 얼마라도 쥐어 주고 혼수 해라라고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나이만 먹고 그럴 능력도 안되는 제가 어찌나 원망스러운지. 여하튼, 그 후로도 같은 얘기를...같이 카드로 계산하자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흘렸지요. 돈이 있는건지 없는 건지 반응이 없길래...좋다는건지 싫다는 건지 무반응의 친구.. 어느 날, 대놓고 물었습니다. 혼수 해 올 돈이 많이 모자르고, 모자란 돈은 "내가 벌어서 갚으면 되자나" 라고 소리치더군요. 답답하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내가 벌어서 갚는다" 는 말에 참 많이 답답해 지더군요. 막막해지더라...라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부부라는게 어떤 관계인지, 이 친군 왜 결혼을 할까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상황이 그러면 혼수장만하기 전에 얘기를 해주던지, 그것조차도 안되었다면, 제가 은근슬쩍 물었을때 조용히 사정이 여차저차 하다고 얘기해 주던지 했으면 고마웠을텐데. 서로 상의해서 지금 당장 필요없는 물건은 나중에 돈 벌어서 장만해도 되는 것이고, 나머지 것들도 왠만하면 싼것으로 사자고 얘기하고 의논하면 될것을 이라는 생각....조차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리네요. 이왕 살 거 제대로 된 거 사야 오래 사용한다고... 의견의 차이겠지요. 재테크의 관점이 틀린 것이겠지요. 어차피 장만할 거 이왕이면 카드 할부라도 해서 좋은 것으로 해야 나중에 후회없고 그게 덜 낭비하는 것이라는 친구의 관점과, 지금은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으니 당장은 싼것으로, 필요없는 것은 지금 장만 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저의 관점. 처음 장인어른 뵈러 갔을때, 슬쩍 말씀 하시더군요. 나이차이가 있는 막내 동생이 아직 대학공부가 끝나지 않으셨다는 말씀. 잘 새겨 들었습니다. 처남 대학학비 정도야...둘째 사위인 내가 책임져주지...혼자 생각만 하고 있었지요. 직접 말씀은 없이 돌려 말씀 하셨지만, 아버지 사업실패로 가계가 기울었고, 둘째 딸인 우리 친구가 동생 학비며 용돈까지 책임 져 주었다는 우회의 말씀이려니 싶었고, 내심 마음속으로도 처남 뒷바라진 내가 해줘야지 생각하고 있었지요. "자존심"의 문젠가 싶네요. 이제 낼모레면 부부로서 살아 가야 되는데... 아무리 부부의 일이라도 숨길일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결혼하면 다 알아버릴 일, 서로 대화로서 이끌어 나가야 할 일을 왜 숨길려고만 하는 지 모르겠네요. 하도 답답해서 대 놓고 물었지요. 일 오래했고, 남들보다 수입도 좋은데 왜 넌 벌어 놓은 돈이 없니 라고, 아주 까놓고 물어 보았습니다. 역시 "자존심" 문제였습니다. 아주아주 대답하기 어려웠던가 보네요. 아버지 사업실패후 가게 하고 싶으시다고 해서 목돈 모아놓은 거 전부 아버님에게 드렸다고 하네요. 예상대로,  결혼 후에도 동생 대학학비는 우리 친구가 대줄거라 하고, 결혼때 쓸려고 천여만원되는 적금들어놓은 것도 내년 3월에 타는데 그것도 어머니 드릴 생각이라고. 결혼후에도 부모님용돈은 꼬박-될 수 있으면 많이-드릴 생각이라는 요지의 얘기를 참 슬프게 하더군요. 사람 마음 참 간사하네요. 사람 마음이 아니라 제 마음이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어려우니까 같이 더불어서 고생좀 하면서 친정좀 도와주면서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하면서.... 우리 친구 왜 첨부터 내게 그런 얘기 안해준건지, 첨부터 얘기해주고 시작했으면 또 내 간사한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하며, 같이 혼수 준비하면서 알게 된 내 재테크관점과 틀린 그 친구의 재테크관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건지, 왜 언니는, 언니와 형부는 처남 학비 안도와주는 건지, 이 친구의 친정에 대한 너무나 너무나 큰 "사랑"때문에 내 자신도 모르는 내 속의 나와 우리 친구의 "사랑"은 어떻게 변질 되어 갈 것인지... 내가 아직도 이 친구를 많이, 정말로 사랑하고 있지 않는건지... 떼돈을 버는 직업도 아니고, 불안정한 직업때문에 항상 마음가짐이 조심스럽네요.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한 사회생활때문에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고, 제 머릿속으로는 모네타에서 터득한 노하우로 ""멋진" 재테크로 결혼생활 잘 해 나갈 생각이었는데...물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만. 결혼하기도 전부터 "숫자"를 고쳐야 하는게 여간 쓸쓸한 게 아니네요. 쓸쓸이 아니라...씁씁합니다.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만서도.^^; 친구와 이야기도 끝냈습니다. 친구말대로, 친구가 원하는대로 보조 맞추어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걱정되는 건 딱 한가지. 왜 우리 친구는 "숨기는" 버릇이 있을까 하는 거. 부부간에도 "숨길것"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알아야 하고, 어차피 알 것은 대화로 풀어 나가야 되는 것인데... 물어봐야 얘기를 하고, 사실은 어차피 알게 될 일 물어봐서라도 꼭 알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우리 친구...결혼해서도 이런 면에서 좀 걱정 되네요. "자존심" 싸움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좀 서운하다 라는 생각도 들고. 결혼 선배님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원칙을 세우세요                                            무릉 안녕하세요? 글 읽으면서 참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편에 맞추어 결혼 비용을 줄이려는 현실적인 자세에다 결혼 후에 여친 동생의 학비까지 부담하려 하는 넓은 마음을 보고, 모르긴 해도 세련되었으면서도 가슴이 따뜻한, 훗날 성공적인 삶을 살 사람이라는 느낌이 오는군요. 님의 판단에 찬성합니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필요불급하지 않은 것은 일체 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 후에 들어갈 처가 부모님 용돈, 처남 학비도 만만치 않을 터인데, 카드 빚에 이자까지 내며 하는 결혼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혼식 당일은 좋을지 몰라도 다음날부터는 한숨 나오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신혼의 재미라는 초대 손님은 오지 않고, 부부간 갈등과 다툼이라는 불청객이 쳐들어올 가능성만 커지는 법입니다. 최소한 빚은 없이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고, 그게 정 안 된다면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노력하세요. 결혼할 여친의 사고 방식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이나 다른 사람들 시선 의식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좀 지나치다 싶군요. 카드빚까지 내서 남들 하는 것처럼 결혼식 올리자는 것이나 비싼 혼수를 마련하려는 것 등등은 너무 현실감이 없어 보입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싼 이자에 원금 뒷감당은 어찌 하려는 건지요? 게다가 결혼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결혼 전에는 친정 부모님의 딸이라는 입장이 우선될 수 있지만 결혼 후에는 새로운 한 가정의 공동 주인이라는 입장을 우선시 해야 하고, 그러한 인식 위에서 크고 중요한 지출은 신랑과 의논해서 해야 하는데 결혼한 후에도 ‘내가 번 돈, 내가 쓴다.’는 식으로 적금도 친정어머니 드리겠다, 용돈도 많이 드리겠다, 일방통지 형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여친의 감추는 성격을 말하셨는데, 아직 파악 못한 여친의 남다른 성격도 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흔히들 배우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성격은 함께 살면서 고쳐 주겠다고 생각들 하는데 살아보면 알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한 1, 2년 결혼을 미루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그게 힘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결혼 후의 생활 방식이나 금전 지출의 원칙을 분명히 정하도록 하세요.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사랑만으로 결혼 생활의 모든 어려움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처남 학비나 부모님 용돈은 처가의 다른 형제자매들과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학 학비가 어디 한 두 푼도 아니고요. 아무튼 큰 돈 지출에 있어서 선한 마음만으로 "제가  부담..."하고 미리 앞장서서 나서지는 마세요. 너무 앞서면 도움 받는 사람은 무슨 은행장 만난 듯 손 내미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고마워할 줄도 모르게 되지요. 그리고 학비처럼 큰 돈을 부담할 때는 부인과 함께 가서 정식으로 드리세요. 그래야 좋은 사위 대접도 받습니다. 편한 게 좋다고 부인만 보내는 일이 잦아지면 이상한 게 사람 마음이라서 "우리 딸은 우리 집 도와 주는데 사위는 도와 주지 않는다.'라거나 "우리 딸이 우리 돕는 것을 사위는 못마땅해 한다." 등 엉뚱한 오해를 받을 수 있지요.   (세상 일 참 복잡하지요? ^^)   여친 성격에 걸핏하면 처가의 다른 일에도 무작정 십자군을 자처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예-훗날 동생 결혼식 비용, 기타 처가의 생활비 비용 등) 님 가정도 결혼 빚 갚으랴, 육아 비용, 노후 비용 등 돈 모으기 결코 쉽지 않습니다. 친정을 돕는 일도 합리적으로 따질 것은 따지고, 잘못된 것은 짚어주고, 원칙을 세울 것은 세우도록 하세요.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