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요람기 코스모스펀드 01-04 14:59
이름: 넘어져쿵해쪄 2005/10/4(화) 新 요람기   못줄을 따라 늘어선 수십명의 마을 어른들 뒤로 필요한 만큼의 못단을 보급하는 일은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공급 부족과 과다가 수시로 발생 하기에 뻘밭 같은 논을 이리 저리 뛰어 다니다 보면 녹초가 되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요령을 익히고 여유가 생기자 이 일이 보기 보다는 훨씬 재 밌는 직업임을 곧 알게 됐다. 중간 중간 막걸리 심부름을 하면서 배달 사고(?)를 내는 일도 즐거웠지만, 평소 밉상이던 어른들을 골탕 먹이는 쾌감에 견줄바는 아니었다. 써래질이 끝난 널판을 떼어내 못단을 싣고 다니다 사냥감(?)이 포착되면 나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포물선을 그리며 수류탄(못단)을 날리곤 했다. 주요 표적은 서리좀 했기로서니 필요 이상으로 꾸짖거나, 5인조 악당의 비행을 큰 소리로 나무라시던 몇몇 어른들 이셨다. "첨벙" 소리와 함께 흙탕물을 뒤집어 쓴 어른들의 노기에 찬 고개가 휙 젖혀지곤 했 지만, 그건 소용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파랗게 질려 바들 바들 떨고 있는 어린 소년이 있었을 뿐이니... 하나 뿐인 형은 힘든 시골일에서 벗어날 요량으로 풀을 뽑으라 하면 곡식을 죄다 뽑 는 식의 `반역'으로 맞섰고, 시집 후 7년 만에 얻은 장남을 감싼 엄마 덕에 유년기의 나는 그야 말로 `일복이 터진 아이' 였다. 따라서 모내기 날처럼 `즐길 거리'를 찾아내지 못한 경우는, 항상 입을 댓발씩 내밀고 아버지에게 끌려 다녔다. 그나마 수확이 끝난 논에서 짚단을 모아 한곳에 쌓아 올리는 일은 기나긴 겨울 휴식이 기다리고 있기에 가장 수월한 일에 속했다. 낟가리가 내 키를 넘어서면 나는 밑에서 던지고 아버지는 위에서 받아 쌓는 분업이 시 작 되었는데, 누군가를 골탕 먹이는 일에 민첩한 나는 여기서도 곧 새로운 즐거움을 발 견해냈다. 평상시 일정한 간격으로 올라가던 볏단이 어느 순간 두개가 연이어 날아 가면 곧이어 "퍽" 하는 기분 좋은(?) 타격음에 이어 아버지의 신음 소리가 들려 온다는 걸 알아낸 것 이다. 안면부에 정통으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아버지는 유일한 용의자를 째려 보지만, 그건 소용없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한창 뛰어 놀 동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안스러운 아들이 이마에 송글 송글 땀방울을 흘리며 짚단을 던져올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을 뿐이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심증이나 정황 증거 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었기에 존속 폭행범을 눈앞 에 두고도 아버지는 "그놈 참!" 하며 혀를 차는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아버지의 인내력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느끼면 들쥐를 양손 가득 잡아 든 포비처럼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곤 했는데, 그러면 아버지는 두세번쯤은 껄껄 웃으 며 맞아 주실 만큼 너그러워지시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