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둑입니다  







 

오늘의 이 고통은
언젠가 내가 소홀히 했던 시간들의 앙갚음이다.
                                                                  - 나폴레옹 -


                                           

증시에 머무르다 보면 휴일이 싫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요일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습니다.
년 초의 배당락에 관심을 집중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3 월입니다.


주식을 전혀 몰랐을 때 저는 그렇게도 사람들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 그렇게 흐믓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일기는 종이 위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속에 새겨 짐으로써 쉼 없는
일기를 쓰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증시를 분석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부터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좋은 생각들을 적어놓는 저의 노트에
글이 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가치있는 생각으로 채워져야 할 저의 마음이
온갖 기업체들의 정보와 투자계획들로 가득 차 버린 것입니다.
그것들은 줄기는커녕 점점 더 늘어나면서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 주던 아름다운 것들은
뒷방으로 쫓겨났습니다.
아니, 국외로 추방되어 망명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귀환하지 못하고 영영 실종된 것들도 많습니다.

사실 증시에서  시간을 잃는 것이 더 큰 손실입니다.
제가 허비한 그 시간들 중에는 제 것이기 이전에
가족과 가까운 벗들의 몫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저는 깨닳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도둑입니다.





김현식-추억 만들기